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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나래교수님 천지일보 인터뷰 2026년 5월14일] [기획-그룹홈 ③] “슈퍼맨처럼 일하는 종사자들… 3교대·행정 간소화 시급”

  • 조회 : 57
  • 등록일 : 2026-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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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해체와 학대, 방임의 상처를 안고 살아온 아이들이 다시 ‘가족’을 배운다. 7인 이하 아이들이 함께 생활하는 일반 가정집 형태의 소규모 공동체 ‘그룹홈(아동 공동생활 가정)’에서다. 24시간 아이들 곁을 지키며 갓 지은 밥을 먹이고 삐뚤어진 마음의 결을 인내로 펴주는 그룹홈 종사자들은 이들에게 단순한 관리자가 아닌 또 다른 부모가 된다.

그룹홈의 온기 속에서 아이들은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어가지만 현장은 열악한 지원 체계와 운영난에 놓여 있다. 가정의 달을 맞아 그룹홈에서 피어나는 변화의 과정을 들여다보고 필요한 과제를 짚어봤다.

[천지일보=김민희 기자] “행복하지 않은 정원사가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없듯 소진된 보육사 곁에서 아이들의 정서적 회복을 기대하는 것은 가혹한 모순입니다.”

학대와 방임, 가족 해체 등으로 상처 입은 아이들의 또 다른 가족 역할을 하는 그룹홈(아동 공동생활 가정)이 장시간 노동과 낮은 처우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장에서는 종사자의 소진과 잦은 이직이 결국 아이들의 정서 안정과 관계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배나래 건양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아동 그룹홈은 단순히 아이들이 머무는 ‘시설’이 아니라 결핍된 ‘가정적 경험’을 재구성하는 치유의 공간”이라며 “아이들이 보육사와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안정적 애착 관계를 다시 형성하도록 돕는 심리적 안전벨트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룹홈은 보통 7인 이하 아이들이 일반 가정집 형태 공간에서 생활하며 종사자들과 밀착 관계를 맺는다. 배 교수는 “대규모 시설의 아이들은 ‘시설 아이들’이라는 낙인 효과에 노출되기 쉽지만 그룹홈은 이웃과 섞여 사는 일반 가정의 형태를 띤다”며 “마트에서 장을 보고 이웃과 인사하며 지역사회 행사에 참여하는 일상의 루틴 자체가 (아이들에게)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연습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룹홈은 아이들에게 ‘집’이라는 명사가 아니라 ‘가족으로 산다’는 동사를 가르치는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배 교수는 특히 그룹홈 종사자의 장기근속과 정서적 안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학대와 방임 경험이 있는 아이들은 쉽게 타인을 믿지 못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관계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종사자가 과도한 업무와 소진을 겪으면 정서적 여유가 사라진다”며 “아이들은 보호자의 표정과 말투, 미세한 반응을 통해 세상을 배우는데 지친 종사자의 무표정이나 기계적인 반응은 아이들에게 ‘이차적 방임’으로 다가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대 경험이 있는 아이들은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해야 치유가 시작되는데 보호자가 자주 바뀌거나 정서적으로 고갈돼 있으면 아이들은 다시 한번 ‘관계의 불연속성’을 경험하며 정서적 회복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 현재 그룹홈 현장이 구조적인 소진 상태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사회는 돌봄을 ‘가정적 가치’로 칭송하면서 정작 그 노동에 대해서는 저임금과 무한 희생을 강요하는 구조적 모순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룹홈 종사자들은 식사 준비, 생활지도, 상담, 병원 동행, 행정 업무 등을 사실상 24시간 수행하고 있지만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배 교수는 “많은 그룹홈이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종사자가 가사·교육·행정·상담을 모두 혼자 감당하는 ‘슈퍼맨’이 되기를 강요받고 있다”며 “지금 시스템은 현장의 희생에 의존하는 구조적 한계에 봉착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시급한 과제로 인력 확충과 교대제 현실화를 꼽았다. 배 교수는 “보호자가 지치지 않아야 아이를 향한 정서적 지지가 중단되지 않는다”며 “3교대나 다부제 근무가 가능하도록 인력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룹홈은 태생이 가정임에도 대형 시설에 적용하는 복잡한 회계와 행정 기준이 그대로 적용돼 종사자들이 아이들을 돌보는 시간보다 서류를 만드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다”며 “소규모 가정형 시설에 맞는 운영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배 교수는 “보호받는 아이와 돌보는 어른 모두가 존엄한 삶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그룹홈 정책의 핵심”이라며 “인력 확충과 행정 간소화, 예산 현실화라는 세 바퀴가 맞물려 돌아갈 때 비로소 그룹홈은 아이들의 따뜻한 진짜 집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출처 : 천지일보(https://www.newscj.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