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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나래교수님 충청신문 인터뷰 2026년 9월20일]명절, 차례 대신 여행·외식 '달라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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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 2026-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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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신문=대전] 남수현 기자 =“명절에 차례, 꼭 지내야 할 필요가 있나요. 가족도 단출하고 간만의 연휴인데… 의례적인 형식에서 벗어나 실속있게 보내고 싶어요.”

과거에는 명절이면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차례상을 차리고 절을 올리는 모습이 익숙했지만, 최근 들어 차례 자체를 생략하거나 최소한의 형식만 유지하는 등 명절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대전 서구에 사는 20대 지모 씨는 “어릴 적 부모님이 제사나 차례를 지내시던 모습은 이제 가물가물하다”며 “오히려 기억하는 명절 연휴는 친척들을 자유롭게 만나고 가족끼리 여행을 가거나 외식하는 모습이 더 익숙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변화를 전통문화의 단순한 소멸보다는 가족 의례의 변화 과정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건양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배나래 교수는 “최근 차례를 지내지 않거나 간소화하는 현상은 단순히 젊은 세대가 전통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만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변화한 가족 구조와 생활 방식에 맞춰 전통적인 가족 의례의 의미와 실천 방식이 다시 조정되는 과정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차례는 일정 규모의 가족과 친족이 명절에 한자리에 모이고, 누군가가 장을 보고 음식을 준비하는 것을 전제로 유지돼 왔다. 하지만 가족 규모가 줄고 부모와 자녀가 서로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경우가 늘면서 과거와 같은 방식의 차례를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맞벌이 확산과 성역할에 대한 인식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명절 음식 마련과 설거지 등 가족 노동이 특정 구성원, 특히 여성에게 집중됐던 관행에 대한 문제의식이 커지면서 차례를 필요성뿐 아니라 준비 과정의 부담을 어떻게 나눌지 역시 가족 내에서 조정해야 할 문제가 됐다.

특히 젊은 세대에서는 ‘명절이니까 차례를 지낸다’는 당위보다 명절 연휴의 본질적인 ‘쉼’이란 의미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분위기다.

결혼 후 첫 명절을 앞둔 30대 이모 씨는 “언젠가부터 명절이 쉬는 날이 아니라 또 다른 과업과 스트레스를 안겨주는 날이 된 것이 모순적으로 느껴진다”며 “차례 같은 형식에 얽매이기보다 가족 모두가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방식으로 명절 문화가 변화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젊은 세대의 변화를 단순한 ‘전통에 대한 거부’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배 교수는 “과거에는 명절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었다면, 지금은 ‘왜 해야 하는가’, ‘우리 가족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부담은 공평하게 나눠지고 있는가’를 가족 구성원들이 판단하고 협의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례가 줄면서 전통적인 가족 의례가 약화되는 측면도 분명 있지만, 차례의 형식이 달라진다고 해서 가족의 기억과 관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게 배 교수의 설명이다.

과거에는 ‘명절이니까 차례를 지낸다’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면, 이제는 ‘우리 가족에게 차례가 어떤 의미인가’를 묻는 시대가 됐다. 변화한 가족의 삶에 맞춰 명절 의례도 새로운 형태로 재구성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