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나래교수님 천지일보 인터뷰 2026년 9월1일][창간 17주년 기획] ‘갈 곳 없는 노년’이 향하는 탑골공원… “소득 문제만은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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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 2026-09-02
무료 급식 줄에 드러난 노인 빈곤
돈 있어도 매일 공원으로 ‘출근’
탑골공원, 노년의 ‘제3의 장소’
“시설→생활권 중심 전환해야”
배나래 건양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배나래 건양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천지일보=김민희 기자] 새벽 첫차를 타고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으로 향하는 노인들의 발걸음을 단순히 ‘공짜 밥’을 받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을까. 끼니가 절실한 노인뿐 아니라 경제적 여유가 있는데도 “갈 곳이 없다”며 매일같이 공원을 찾는 이들이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모습에 노인 빈곤뿐 아니라 은퇴 이후 관계와 역할의 상실, 사회적 고립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고 진단한다.
배나래 건양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천지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노인들이 탑골공원에서 무료 급식을 받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는 모습을 두고 “한국의 노인 빈곤이 일상의 가장 기본적인 영역인 ‘한 끼 식사’에서 가시화된 장면”이라고 진단했다.
경제적 어려움의 배경에는 부족한 노후 소득이 자리하고 있다. 노인 세대 가운데 상당수는 국민연금제도가 충분히 성숙하기 전에 경제활동을 했거나 불안정한 노동시장에 종사해 충분한 연금 가입 기간을 확보하지 못했다. 기초연금과 각종 공적 지원이 이를 보완하고 있지만 주거비와 의료비, 식비 등 기본 생활비를 감당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노인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배 교수는 노인 빈곤을 경제적 문제로만 바라봐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빈곤은 소득 부족뿐 아니라 관계의 빈곤, 사회적 고립, 역할의 상실과도 연결된다”며 은퇴 이후 직업적 역할이 사라지고 배우자나 친구와 사별하면서 사회적 관계망까지 축소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0일 새벽 6시경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 무료 급식소 앞에서 노인들이 식권을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천지일보 2026.08.2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0일 새벽 6시경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 무료 급식소 앞에서 노인들이 식권을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천지일보 2026.08.20.
이런 측면에서 탑골공원과 무료 급식소는 단순히 한 끼를 해결하는 장소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식사를 제공하는 복지자원이면서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하루의 일과를 만드는 사회적 공간으로 기능한다는 것이다. 무료 급식을 이용하는 노인 역시 모두 경제적 빈곤층으로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고 배 교수는 설명했다.
실제 탑골공원에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도 사람을 만나거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습관처럼 이곳을 찾는 노인들이 있다. 현장에서 만난 노인들 사이에서는 “갈 곳이 없다” “여기 오는 게 취미이자 중독이다” 등의 말이 나왔다.
배 교수는 특히 노인들의 “갈 곳이 없다”는 표현에 주목했다. 그는 “직장은 소득을 얻는 장소인 동시에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형성하며 사회적 역할을 부여받는 공간”이라며 “은퇴하면 소득뿐 아니라 직장이라는 공간, 동료와의 관계, 직업적 지위와 역할이 동시에 약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득이 있어도 관계가 없을 수 있고 시간이 있어도 갈 곳이 없을 수 있으며 건강해도 사회적 역할이 없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배 교수는 탑골공원을 노년기의 ‘제3의 장소’라는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집이라는 제1의 장소와 직장이라는 제2의 장소 외에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만나 관계와 공동체를 형성하는 카페·공원·광장 같은 공간을 뜻한다.
그는 “어떤 노인에게는 친구를 만나는 장소이고 어떤 노인에게는 대화를 나누는 장소이며 또 다른 노인에게는 ‘오늘도 내가 갈 곳이 있다’고 느끼게 해주는 일상의 생활공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탑골공원이 비공식적인 노인복지 공간이자 사회적 관계망의 역할을 일부 수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0일 새벽 6시경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에서 무료 급식 식권을 받은 노인들이 아침을 제공하는 다른 급식소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천지일보 2026.08.2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0일 새벽 6시경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에서 무료 급식 식권을 받은 노인들이 아침을 제공하는 다른 급식소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천지일보 2026.08.20.
노인복지관이나 경로당 등 기존 시설이 있는데도 탑골공원을 찾는 이유로는 공원이 지닌 개방성과 자율성이 꼽힌다. 별도의 회원가입이나 프로그램 신청 없이 찾아갈 수 있고 원하는 시간에 왔다가 돌아갈 수 있다. 정해진 활동에 참여하지 않고 혼자 앉아 있거나 사람들과 자유롭게 어울리는 것도 가능하다.
배 교수는 “문제는 선택이다. 다양한 문화·교육·체육·자원봉사·일자리·지역사회 활동 가운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며 “그중 공원을 찾는 것과 다른 선택지가 없어 공원밖에 갈 곳이 없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초고령사회에 맞춰 노인복지 정책의 방향도 달라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경로당이나 복지관 등 특정 시설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노인이 살아온 지역사회 안에서 관계와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배 교수는 앞으로 노인복지 정책이 ‘시설 중심’에서 ‘생활권 중심’으로, ‘프로그램 제공’에서 ‘선택과 참여’로, ‘노인만의 공간’에서 ‘세대가 연결되는 공간’으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초고령사회에서 좋은 노인복지 공간은 노인을 모아두는 공간이 아니라 노인이 계속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연결해 주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돈 있어도 매일 공원으로 ‘출근’
탑골공원, 노년의 ‘제3의 장소’
“시설→생활권 중심 전환해야”
배나래 건양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배나래 건양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천지일보=김민희 기자] 새벽 첫차를 타고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으로 향하는 노인들의 발걸음을 단순히 ‘공짜 밥’을 받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을까. 끼니가 절실한 노인뿐 아니라 경제적 여유가 있는데도 “갈 곳이 없다”며 매일같이 공원을 찾는 이들이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모습에 노인 빈곤뿐 아니라 은퇴 이후 관계와 역할의 상실, 사회적 고립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고 진단한다.
배나래 건양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천지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노인들이 탑골공원에서 무료 급식을 받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는 모습을 두고 “한국의 노인 빈곤이 일상의 가장 기본적인 영역인 ‘한 끼 식사’에서 가시화된 장면”이라고 진단했다.
경제적 어려움의 배경에는 부족한 노후 소득이 자리하고 있다. 노인 세대 가운데 상당수는 국민연금제도가 충분히 성숙하기 전에 경제활동을 했거나 불안정한 노동시장에 종사해 충분한 연금 가입 기간을 확보하지 못했다. 기초연금과 각종 공적 지원이 이를 보완하고 있지만 주거비와 의료비, 식비 등 기본 생활비를 감당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노인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배 교수는 노인 빈곤을 경제적 문제로만 바라봐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빈곤은 소득 부족뿐 아니라 관계의 빈곤, 사회적 고립, 역할의 상실과도 연결된다”며 은퇴 이후 직업적 역할이 사라지고 배우자나 친구와 사별하면서 사회적 관계망까지 축소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0일 새벽 6시경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 무료 급식소 앞에서 노인들이 식권을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천지일보 2026.08.2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0일 새벽 6시경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 무료 급식소 앞에서 노인들이 식권을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천지일보 2026.08.20.
이런 측면에서 탑골공원과 무료 급식소는 단순히 한 끼를 해결하는 장소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식사를 제공하는 복지자원이면서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하루의 일과를 만드는 사회적 공간으로 기능한다는 것이다. 무료 급식을 이용하는 노인 역시 모두 경제적 빈곤층으로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고 배 교수는 설명했다.
실제 탑골공원에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도 사람을 만나거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습관처럼 이곳을 찾는 노인들이 있다. 현장에서 만난 노인들 사이에서는 “갈 곳이 없다” “여기 오는 게 취미이자 중독이다” 등의 말이 나왔다.
배 교수는 특히 노인들의 “갈 곳이 없다”는 표현에 주목했다. 그는 “직장은 소득을 얻는 장소인 동시에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형성하며 사회적 역할을 부여받는 공간”이라며 “은퇴하면 소득뿐 아니라 직장이라는 공간, 동료와의 관계, 직업적 지위와 역할이 동시에 약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득이 있어도 관계가 없을 수 있고 시간이 있어도 갈 곳이 없을 수 있으며 건강해도 사회적 역할이 없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배 교수는 탑골공원을 노년기의 ‘제3의 장소’라는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집이라는 제1의 장소와 직장이라는 제2의 장소 외에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만나 관계와 공동체를 형성하는 카페·공원·광장 같은 공간을 뜻한다.
그는 “어떤 노인에게는 친구를 만나는 장소이고 어떤 노인에게는 대화를 나누는 장소이며 또 다른 노인에게는 ‘오늘도 내가 갈 곳이 있다’고 느끼게 해주는 일상의 생활공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탑골공원이 비공식적인 노인복지 공간이자 사회적 관계망의 역할을 일부 수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0일 새벽 6시경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에서 무료 급식 식권을 받은 노인들이 아침을 제공하는 다른 급식소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천지일보 2026.08.2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0일 새벽 6시경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에서 무료 급식 식권을 받은 노인들이 아침을 제공하는 다른 급식소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천지일보 2026.08.20.
노인복지관이나 경로당 등 기존 시설이 있는데도 탑골공원을 찾는 이유로는 공원이 지닌 개방성과 자율성이 꼽힌다. 별도의 회원가입이나 프로그램 신청 없이 찾아갈 수 있고 원하는 시간에 왔다가 돌아갈 수 있다. 정해진 활동에 참여하지 않고 혼자 앉아 있거나 사람들과 자유롭게 어울리는 것도 가능하다.
배 교수는 “문제는 선택이다. 다양한 문화·교육·체육·자원봉사·일자리·지역사회 활동 가운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며 “그중 공원을 찾는 것과 다른 선택지가 없어 공원밖에 갈 곳이 없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초고령사회에 맞춰 노인복지 정책의 방향도 달라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경로당이나 복지관 등 특정 시설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노인이 살아온 지역사회 안에서 관계와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배 교수는 앞으로 노인복지 정책이 ‘시설 중심’에서 ‘생활권 중심’으로, ‘프로그램 제공’에서 ‘선택과 참여’로, ‘노인만의 공간’에서 ‘세대가 연결되는 공간’으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초고령사회에서 좋은 노인복지 공간은 노인을 모아두는 공간이 아니라 노인이 계속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연결해 주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말했다.